위대한 개츠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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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9

 

그래24에서 이벤트로 민음사 "위대한 개츠비" 세트를 폭탄할인 하길래 이때다 싶어서 샀는데, 그 이벤트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 2,000원 할인권도 동봉돼 있어서, 원래는 볼 생각이 없던 영화였지만, 다녀오게 됐다. 사실 좀 땡기지 않는 영화였다. 예매하면서도 좀 억지로 예매한 감이 없지 않았다. 내가 자주 가는 극장에 "위대한 개츠비"가 1관밖에 없길래(그저께 개봉했는데, 그것도 교차상영이더라;;) 아무래도 다음 주까지 끌고가면 영화도 못 보고 할인권만 날리게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예매했다.

 

원작을 읽지 않아 원작의 분위기와 직접적으로 비교하진 못하겠다. 시대배경이 1920년인데, 영화 속의 1920년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1920년과는 다르다. 당연히 흑백영화도 아니고, 1920년대 하면 딱 떠오르는 왠지 고루할 듯한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1920년대를 담아냈다. 뚜렷하면서도 물 흐르듯 흐르는 영상미가 아주 일품이었다. 물론 이 감독의 전작이 "물랑루즈"인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하겠지만. 영화 삽입곡도 1920년대의 대표적인 음악장르인 재즈를 최대한 배제하고, 마치 지금 우리 시대처럼 팝이나 랩 장르들을 적절히 리믹스하여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다만, 조금 우려스러웠던 게, 원작의 1920년대 분위기를 해치거나 흩트러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원작을 읽지 않아 비교를 못하는 게 아쉽다. 책 사다놓았으니 얼른 읽어봐야겠음.

 

참고로, 미국의 1920년대를 마음껏(?) 느끼고 싶다면, 미드 "Boardwalk Empire"를 추천한다.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아무래도 심의 때문에 제대로 표현 못한(?) 퇴폐적인 장면들이 보드웤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한 그 시대 화려했던 즉석공연과 재즈도 볼 수 있고, 1920년대의 밑바탕을 깔고 있는 금주법이 어떻게 돌아가고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다.

 

내용은 결국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거니까... 그래도 좀 써보자면, 개츠비 빼고 나머지 인물들이 다 이기적인 것 같다. 관찰자이자 서술자인 닉은 맨 마지막에 개츠비 장례식 서술 장면에서 개츠비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자신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제일 잘난 듯이 써놨는데ㅋㅋ 솔직히 닉이 개츠비한테 데이지가 배신하고(?) 떠날 거라고 제대로 말만 해줬어도 개츠비가 그렇게 불행하게 죽었을 것 같진 않다. 결국 닉도 똑같은 존재. 데이지나 톰이나 돈에 미친 사람들이란 건 마찬가지이고.

 

영화 속에서의 내용표현은 개츠비의 최후를 빼고는 그렇게 임팩트가 큰 장면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원작처럼 닉의 시각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딱히 흠 잡을 데 없고, 그렇다고 몰입도가 높지도 않고 그럭저럭 평범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