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uichi Sa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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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9

A flower is not a flower (piano solo ver.)

Rain (I Want A Divorce)

The Last Emperor (pf. Sakamoto Trio)

 

난데없이 웬 류이치 사카모토냐 하면은....

다른 사람들은 "류이치 사카모토" 하면 영화 <마지막 황제>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떠올리겠으나, 왠지 난 민셩팬픽인 오모나 님의 <동경>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일왕의 외손자이자 조선인 혼혈인 혜성과 독립군을 이끌던 민우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랑으로 이어지고 시대적 배경으로 말미암아 각자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비극적 운명으로 나아가는 것을 그린 두 사람의 이야기다. "a flower is not a flower"는 작품 속 전체적인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고, 특히나 수국향이 난다는 묘사가 자주 나오는 혜성의 테마곡으로도 안성맞춤.

 

물론, 위 세 곡은 내가 임의로 <동경>과 어울리겠다~ 해서 뽑은 곡이 아니라 오모나님이 연재하실 때 당시 매 화마다 넣던 배경음들 중의 하나인데, 유난히 이 세 곡만 들으면 <동경>이 연상된다. 나는 원래 팬픽션 읽을 때 글쓴이들이 일부러 넣은 배경음들을 잘 안 듣는 편이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편인데 ─이것은 내가 원래 배경음악을 넣는 홈페이지를 안 좋아하는 까닭이 첫째고, 글의 분위기를 돕는다고는 하나 어쩐지 느낌을 강요받는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안 듣는 것이 둘째다─ <동경>은 그 예외 중의 하나. 글과도 정말 정말 잘 어울리고, 이제는 이 곡들을 듣기만 해도 <동경>이 연상될 정도면 말 다 하지 않았는가.

 

음악폴더를 정리하려고 들어갔는데 이 곡들이 있길래 다시 들어보다가 오모나 님의 <동경>이 생각나 또 한번 읽었다. 끝이 비극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가련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좀 더 잡아 늘려보고 싶었다.

 

 

+ 그런 걸 보면 이게 바로 인터넷 픽션의 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냥 종이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인터넷 픽션에서는 배경음을 통해 감정을 고양시킬 수도 있고, 정적인 분위기로 만들 수도 있고, 글에 생동감을 부여한다고나 할까? 한 꼬집 솔솔 뿌려주는 조미료 같은 존재.....